토미존 서저리

Posted by outstandingkey
2013.02.11 22:55 스포츠의학

토미 존(Thomas Edward John Jr)은 메이져리그 통산 288승을 올린 좌완 투수였다. 1963년 데뷔, 비교적 순탄한 투수 생활을 영위하던 그에게 위기가 닥친 건 1974년이었다. 구속이 저하됐고, 공을 던질 때는 물론 던지고 난 후에도 팔꿈치 안쪽에 심각한 통증이 느껴졌다. 일명 ‘데드 암(dead arm)' 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상은 공을 던질 때 필수적인 팔꿈치의 척골 측부인대(ular collateral ligament)가 파열된 게 원인이었다. 당시만 해도 팔꿈치 부상은 투수 생명이 끝나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인식되던 때였고, 전설적인 투수 샌디 쿠팩스(Sandy Koufax)가 조기 은퇴를 한 것도 데드 암 때문이란 설이 유력했다.

 

꿈치 부상은 투수 생명이 끝나는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그때 토미 존이 속한 다저스 팀의 주치의였던 프랭크 조브(Frank Jobe)가 혁명적인 수술을 제안했다. 건강한 팔에 있는 근육의 힘줄을 떼어내 부상당한 팔에 옮겨 심는다는 것. 성공률이 5%에 불과했지만 토미 존은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은 한시간 만에 끝났다. 1년 반에 이르는 재활을 거친 토미 존은 1976년 마운드에 복귀, 3번이나 20승 투수가 되는 등 13년 뒤 은퇴할 때까지 무려 164승을 더 거두는 활약을 펼친다. 토미 존 수술’로 명명된 ’척골 측부인대 재건술‘은 그 뒤 팔꿈치를 다친 수많은 야구 선수들을         [토미 존 수술의 원조 토미 존(통산 288승)과 프랭크 조브 박사]

구원했고, 그 혜택을 입은 선수 중에는 임창용과 오승환 등 우리나라 선수도 다수 있다. 

 

 

토미 존 수술은 손상된 팔꿈치 인대를 다른 근육의 힘줄로 바꿔주는 수술

 

손상된 인대를 다른 근육의 힘줄로 바꿔주는 수술이다. 토미 존은 손상된 팔의 반대쪽 팔에 있는 근육에서 힘줄을 떼어 냈지만, 요즘은 같은 쪽 팔에 있는 palmaris longus라는, 손목을 구부리는 근육을 이용한다. 손바닥을 위로 향한 후 새끼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을 닿게 하고 주먹을 쥐면, 손목 위에 굵은 힘줄이 하나 나타날 거다. 그게 바로 palmaris longus의 힘줄인데, 이건 정상적인 활동을 할 때 별반 중요하진 않다, 인구의 15%에서는 이 근육의 힘줄이 없어 허벅지 안쪽이나 발바닥에 있는 힘줄을 이용하기도 한다.

 

수술과정은 이렇다. 팔꿈치를 이루는 위쪽 뼈와 아래쪽 뼈에 각각 두 개씩의 구멍을 뚫은 다음 채취한 힘줄을 8자 모양으로 끼우면 된다. 요즘엔 8자 모양의 윗부분을 서로 연결시켜 줌으로써 신장력을 더 크게 하는 게 유행인데, 이걸 ‘도킹(docking)법’이라 부른다. 이렇게 이식된 힘줄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대처럼 변해 팔꿈치를 지지해 줄 수 있게 된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수술 후 열흘간은 팔에 부목을 댄 채 움직이지 않아야 하고, 부목을 제거한 후에는 보조기를 착용한 뒤 30도 가량 구부리고 100도 가량 펴는 운동을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서서히 운동량을 늘려 나가야 하며, 이 재활훈련은 1년 가량이 소요된다. 그보다 일찍 마운드에 복귀하는 경우 다시 부상을 입을 위험이 있으며, 이 경우엔 선수생명이 진짜 끝날 수가 있다. 토미 존은 이렇게 말했다. “결코 서두르지 마세요. 빨리 회복하려고 서두른다고 팔이 빨리 낫는 건 아닙니다. 당신이 재활프로그램을 충실히 한다면 메이져리그에서 이제까지 당신이 던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입니다.”

 

 

토미 존 수술의 전통적인 방법(좌)과 도킹법(우)<출처: Tom Borak, The Surgical Technologist, 2009>

 

토미 존 수술을 받는 투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투수는 588명, 1996년부터 4년간은 164명이었으니 3.5배가량 증가했다. 메이져리그 투수로 대상을 한정하면, 2002년과 2003년 등록된 700명의 투수 중 75명이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투수 아홉 명 당 한명 꼴이다.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경우 회복될 확률이 절반도 안 되는 데 비해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면 90%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고 하니, 데드암이 맞다면 일찍 수술하는 게 훨씬 좋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미국에서는 18세 미만의 투수가 토미 존 수술을 받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1997년에는 18세 미만이 15%인 데 반해 2005년에는 그 비율이 33%였다. 진단기술이 좋아지고 수술의 성공률이 높은 것도 이 수술이 증가한 이유지만, 젊은 투수들이 그만큼 혹사를 당하고, 슬라이더처럼 팔에 무리가 가는 공을 많이 던진다는 얘기도 된다. 이건 미국 얘기만은 아니다. SK의 김광현 선수는 안산공고 시절 15회까지 226개의 공을 던진 적도 있고, 미국에 진출한 정영일 선수는 광주진흥고 시절 242개를 던지기도 했다. 수술보다는 예방이 중요한 법, 이 문제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토미 존 수술은 스피드를 빠르게 할까?

 

최근 일본에서 시속 160km/h의 강속구를 뿌리며 맹활약 중인 임창용 선수도 토미 존 수술의 수혜자다. 신기한 건 임창용의 투구 스피드가 수술을 받기 전보다 더 빨라졌다는 것. 그래서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수술을 받으면 "부상 전보다 구속이 3-4 km/h 늘어난다"는 얘기가 정설로 나돌고 있고, 실제로 토미 존 수술을 한 뒤 투구 스피드가 빨라진 경우가 제법 있다. 그래서 멀쩡한 팔을 수술해 달라고 요구하는 선수도 있었는데, 토미 존 수술이 구속을 빠르게 한다는 건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힘을 쓰는 건 근육의 수축에서 나오며, 인대는 우리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삽입된 힘줄은 단지 관절을 지지해주고, 그럼으로써 통증을 없애줄 뿐,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럼 투구 스피드가 빨라진 선수는 어떻게 된 걸까? 마운드에 복귀하기 전 그 선수가 1년의 시간 동안 재활을 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그 재활 프로그램은 그 선수의 몸을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고, 투구에 필요한 근육을 단련시켰다. 그러니, 팔이 멀쩡한 투수라면 토미 존 수술을 받을 게 아니라 재활 프로그램을 따라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일 거다. 
 

수많은 투수에게 '생멸'을 부여한 프랭크 조브 박사

과학의 진보는 소수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된다. 찢어진 인대를 떼어내고 다른 근육의 힘줄을 이식한다는 프랭크 조브 박사의 혁명적 발상은 마운드를 떠났을 수많은 투수들에게 새 삶을 부여했다. 이 수술의 이름을 '프랭크 조브 수술'로 붙였다면 좋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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